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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항암
글똥일기
2016. 1. 18. 23:34
죽을만큼 아프지는 않다. 하지만 죽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들고 지겹다. 그래, 엄살이다. 항암하면서도 멀쩡하게 농사짓고 직장다니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1.15 - 페북에 올린 글
5th chemo in hospital. In prayer before sleep, I wish it would be 12th but it is impossible physically. Still 2nd day of 5th.
It is no good to come hospital. However getting used to do it and having strong mind because of knowing all process for 3 days.
I already miss sun rising in my living room. I watch it everyday but cloudy weather. It is few minutes between 7am to 8 am. Sun rising makes me something strong more than other stuff.
밥숫가락을 들고만 있는 모습을 보던 아들녀석이 멀쩡하게 밥먹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몰래 혼자 가끔 운다고 한다.
밤늦도록 진이 빠지도록 기도하신다는 어머님의 수척해진 얼굴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런 민폐와 불효가 없다.
1.19
저녁끼니 때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번 항암차수의 부작용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전 차수에 비해서 손발저림/마비 현상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나 속이 불편한 느낌은 강해졌다. 다만 억지로라도 밀어넣을 수는 있었고, 밀어 넣기 시작하면 그 끼니는 적당히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다. 뭐랄까, 속이 비면 메스꺼움운 느낌이 강해진다. 이때 음식이 쉽게 들어가지는 않는데, 밀어 넣으면 점점 편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사 전에 구토가 잦았는데, 도리어 구토를 하고나면 속이 편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나중에는 차라리 억지로라도 하고 싶었다. 콧속이 건조해졌고, 코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코를 풀면 늘 안에 있던 피가 나왔다.
1.20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회복되면서 고통의 느낌은 사라지고, 희미해진다. 며칠 더 지나면 도리어 다음차수를 기다리게 된다. 항암치료를 빨리 끝내고 내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삶의 의욕이 생긴다.
1.21-22
청평에 다녀왔다. 예약과 취소를 반복했던 바로 그 프로젝트. 이번주에 영하12도까지 하강하는 날씨로 인해 또다시 취소해야 하나 싶었으나 콘도에서만 있는 한이 있더라도 간다는 생각으로 추진했다. 목적지는 아침고요수목원 제9회 오색별빛 정원전 (http://www.morningcalm.co.kr/html/main.php)
바람이 줄고, 낮에는 영하3-4도 선으로 걷기에 좋았다. 겹겹이 싸메고 아침고요수목원도 다녀올 수 있었다. 오랜만의 가족여행, 좋은 시간이었다. 음식만 아니라면 체력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더 다닐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