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항암 (2015.12.31-2016.1.2)
#1 1.89K, 이번에도 백혈구수치는 문제가 없었고 예정대로 시작되었다. 병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채혈. 아팠던 지난번에 비해 이번에는 살짝 따끔한 수준이었다. 무엇을 하든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병원에 있어서, 무뚝뚝하더라도 실력있는 의료인을 선호. 친절하고 사람 좋은데 주사바늘 잘 못찌르는 간호사는 피하고 싶다. (입원일수가 40일을 넘어가다보니 대충 병동 모든 간호사의 실력을 간파!)
#2 패치는 착용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도리어 부작용이 약하지만 "길게" 간 것 같아서다. 조금 강도가 있더라도 짧게 끝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턱관절 및 손발저림 현상은 없지는 않으나 확실히 지난번보다 덜했다. 아마도 패치의 부작용이었나보다 싶다. 다만, 식사는 매우 불편했다. 집에와서까지 세면 식전에 구토도 세차례. 구토 후에는 도리어 먹히기는 했다.
불편한 속에 대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유사하다는 입덧은 해보지 않아서 비교대상이 아니고, 입맛이 있다 없다는 표현은 너무 가볍다. 입이 아니라 뱃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배멀미랑은 어지러움을 동반하지 않기에 유사하면서도 거리감이 있다.
독주를 마시고 다음날 아침까지 속이 매우 불편해서 구토까지 하게 되었을 때. 먹은 것은 다 나오고 속이 빈 상태에서 위액이 올라올 때의 그 느낌과 가장 유사한 것 같다.
오심이 대표적인 신체적인 부작용이라면, 정신적인 부작용은 "무기력"이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마음이 나약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나약해진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http://www.cancer.go.kr/mbs/cancer/subview.jsp?id=cancer_030203020100
#3 입원수속은 순조롭게 끝났고, 항암약 주입도 3시반경에 시작되었다.
#4 그동안 만든 Year in review 영상을 연하장을 대신하여 발송했다.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고, 직접 보내드려야 할 몇몇분들에게는 카톡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현재까지 view point 는 72를 기록. 링크를 아는 사람만 타고 들어올 수 있도록 설정해서 아는 사람만 봤을꺼다. 내가 올린 영상에서는 가장 많은 기록이다.
스크립트를 수정하고 효과를 편집하면서 수도없이, 그리고 만들고 나서도 여러차례 영상을 봤다.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I hope my son remember me with the voice of I LOVE YOU more than 잔소리 when we would miss each other someday. 비타민 같은 잔소리를 안할 수도 없고 (ㅋ)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
#5 3차 항암 마치면서 정기검진으로 CT 촬영을 했다. 그 결과를 오후 회진시 유충근교수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결론은 폐에 있던 점이 조금 커졌고, 다음번 CT 촬영시 한번 더 보자고 하셨다. 지금부터 걱정할 것은 없지만, 암세포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아내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애초에 4기였던 것인가 하는.
수술전에도 폐에 물혹이 보인다는 소견이 있었다. 그래서 결핵이나 폐관련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지 문의가 있었다. 퇴원시 황대용교수님으로부터 엉겨붙은 것을 보면 염증일 수도 있다는 업데이트가 있기는 했으나, 걱정이 된다. 추가 수술에 항암까지 길어지는 사태가 올 수도 있어서.
#6 1월4일 저녁 - 퇴원 후 이틀이 지나가면서 속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저녁식사 도중 했던 트림, 그 전후가 확연히 달랐다. 매번 이틀이 채워질 때즈음 확연히 좋아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항암약 주입 후 내 장에서는 의학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회복이 되고, 정신이 들면 제일 먼저 하기 시작하는 것이 주변정리. 이번엔 방학을 한 아들의 생활계획표를 같이 만들고, 몇달 전 캘리포니아의 Mr.북스와 같은 영어책 빌려주는 시스템을 찾다가 발견한 이챕터스에 등록도 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는 그곳에서 보고싶은 영어책을 읽으며 보내도록 할 생각이다. 국어 지문에 대한 이해도 향상이 필요한데, 그건 나랑 같이 신문읽기를 해볼까 한다.
이제 일주일 정도 잘 먹고, 다시 몸 만들어서 5차 항암으로... 앞으로 8번 남았다. ㅠㅠ